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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01일
おいでやす
이 곳은 주인의 여행기록과 이런 저런 잡담 - 특히 불평불만, 그리고 일기를 적어 놓는 신변잡기 블로그입니다. 그만큼 의미불명의 글들이 자주 보이겠지만 오셨으면 한 번 둘러보시고 방명록 대신 여기에 덧글을 남겨 주세요.

# by damekana | 2008/07/01 08:13 | 미분류 (+ 방명록) | 트랙백 | 덧글(20)
2008년 04월 23일
어떤 만남

급하게 일을 보느라 하루 종일 런던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저녁무렵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지하철을 탔을 때였다. 패딩턴 역이었나. 열차가 고장났으니 다른 선로로 오는 다음 열차로 모두 옮겨 타라는 방송이 나왔다. 다음 열차는 절반쯤 비어서 오던 터라 일을 마치고 피곤한 기색의 사람들이 가방이나 짐을 아무렇게나 의자 위에 올려 놓고 있다가 갑자기 선행열차의 승객이 합류하자 부랴부랴 가방을 치우고 자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런던 지하철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평소같으면 그냥 서서 가겠지만, 오늘은 조금 피곤했던 터라 나도 모르게 빈 자리를 찾아 눈을 두리번거렸다. 비닐봉지 꾸러미 몇 개와 가방을 옆 좌석에 올려 놓고 중국어신문을 보던 아저씨가 이리저리 짐을 치우길래 아무 생각없이 자리에 앉았다.

자기 무릎 위에 올려 놓았던 짐이 좀 많았던지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 등 뒤 창틀에 짐 일부를 올려 어렵사리 고정시키고 나더니 나에게 국적을 묻는다.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이라고 대답하자 짧은 영어로 한국 휴대폰 좋다고 말을 건네는 50대로 보이는 중국 아저씨. 혹시 중국어 할 줄 아냐고 그래서 조금 한다고 그랬더니 직업이 뭐냐, 어디 사냐,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냐, 중국 가 봤냐...등등으로 시작한 별 다를 것 없는 대화. 내 성격에 평소 같으면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만 하고 말 텐데, 오늘은 왜인지 내 쪽에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내게 되었다. 中醫라고 자기 직업을 먼저 밝혀서였을까.

북경에서 중의학원을 졸업하고 학교 동창인 아내와 함께 의사생활하다가 친구 권유로 처자식들 놔두고 런던으로 떠나 온 지 8년 되었다는 이 아저씨. 지금은 해머스미스에서 중의원을 하고 있고 아내도 함께 살고 있지만, 나이 들어서 시작한 타향살이라 처음에는 혼자 외로웠고 아직도 말이 잘 늘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지하철에서 처음 본, 이름도 모르고 국적도 다른 50대와 30대의 사내 둘이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동시에 상대의 손을 움켜쥐며 몸 조심하라는 작별인사를 나누다니. 나는 내가 왜 그 아저씨의 손을 잡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나에게서 무엇을 본 걸까.
# by damekana | 2008/04/23 08:34 | Merton House | 트랙백 | 덧글(3)
2008년 04월 17일
인생 마지막 시험
내 인생에 있어서 학생으로서는 마지막 '시험'을 마쳤다. 이 절차를 다른 나라에서는 아마 '시험'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직종을 바꾸려 들지 않는 한, 이것이 공식적으로 내 직업에 관계된, '시험'이라고 부르는 행위 중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예상한 질문들, 평소 생각해 둔 답변들. 예상치 못한 것들도 대부분 바로 대답가능한 것들. 예상치 못했으나 바로 대답이 가능하지 않은 것들은 사실 누구도 대답하기 어려운 거시적인 문제들이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 결론도 예상한 대로. 마지막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마지막'에 걸맞지 않는 느낌. 내가 이제까지 치른 시험 중에서는 비교적 쉬운 편이 아니었나 싶다.

시험관 한 사람의 마지막 인사말, '축하해, 공식적으로는 아직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너는 이제 박사야.'

시험이라는 형식에 얽매어 잠시 잊고 있었는데, 정작 가장 신경쓰이던 부분에 대해서는 별반 질문이 없었다. 아마 시험관들도 잘 모르는 내용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들로부터 질문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내 쪽에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시험 중간에도 나한테 던진 다른 질문에 대해 질문자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되물어 볼 정신이 있었다면 평소 신경이 쓰이던 부분에 대해서도 내 쪽에서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었을 텐데... 어차피 나중에라도 따로 의견을 물어 보게 될 테니 이제와서야 어찌되었건 별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 by damekana | 2008/04/17 07:01 | Merton House | 트랙백 | 덧글(14)
2008년 04월 02일
이제키엘 폭스크로프트
이제키엘 폭스크로프트라는, 베일에 싸인 17세기 과학자, 연금술사에 관한 소설을 읽다.

다빈치코드, 라비린토스 같은 historical quest thriller 부류에 넣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작다. 대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그 공간에 익숙하면 이입이 쉽고 상상의 나래를 펴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으로 되어 있는 소설의 설정을 그대로 따르면, 가이 폭스 나이트에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와중 주요 등장인물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 강가를 걷다가 괴한에게 습격을 받을 무렵, 나는 같은 장소에서 마틴, 토모요 등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거나. 소설에서 거론되고 있는 동물보호 운동가들의 시위를 목격했다거나. 일련의 살인이 벌어졌다고 하는 자전거도 못 지나가는 좁은 골목길을 매일 걸어 다닌다거나. 다만, 소설의 무대가 되는 장소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지식이 없으면 읽는 재미가 반감...정도가 아니라 격감되는 작품이라 선뜻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가 없다.

대학이라는 곳은 몇 세기전이나 지금이나, 바깥 세상의 조직과 달리 누군가 한 번 자리를 꿰차면 죽거나 정년 퇴임할 때까지 공석이 생기지 않아 신규임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다. 물론, 분야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고, 게다가 요즘은 연구실적에 따라 정년보장을 하네 마네 시끄러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현상도 대학이라는 기구의 전체 역사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은 모종의 수요에 부응하거나 어디선가 뭉칫돈이 들어와 (결국 같은 이야기) 새로운 자리를 만드는 경우도 자주 있다. 아니면 새로운 대학이 생기거나.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심을 가진 젊은 학자가 좋은 대학에 교수가 되려면 기존의 누군가가 죽거나 정년퇴임하거나 외부로 나가버려 빈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럴 조짐이 없다면, 그 젊은 학자는 어떻게 할까. 요즘 같으면 최저임금 보장도 안 되는 시간강사로 이 대학 저 대학 떠돌면서 강의를 하거나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여 모종의 액션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옵션도 없었던 상황이라면?

섬뜩하지만 간단한 답이 있다. 기존의 교수들을 죽여서 빈 자리를 만든다. 한 두 사람 죽이면 그 빈 자리 놓고 경쟁도 셀 테니, 어차피 손에 피 묻히는 김에 사고사를 위장해 여러 명을 죽여서 빈 자리를 많이 만들고, 의심받지 않은 채 그 빈 틈을 통해 위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게 이제키엘 폭스크로프트라는 인물이 저지른 일련의 살인사건이라고 주장하는 소설이다. 다만, 그는 그 자신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긴 하지만.
독서메모, 소설, 怪
# by damekana | 2008/04/02 00:22 | 頭の中は no control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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