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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24일
某人님 포스팅 읽고 생각난 김에. 荊軻가 진시황의 암살에 실패하고 부상을 입은 채 기둥에 기대 주저앉아 있다가 호위병들에게 난자당해 죽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 그 마당에 그가 어떻게 주저앉아 있었나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지 모른다. 그 모습을 표현하면서 그가 箕踞했다고 하는데, 왜 하필 키(箕) 모양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우리 말로 풀면, 가랑이를 벌리고 주저앉아 있었다는 뜻이다 (무릎을 세우고 앉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두 종류가 있는 듯 하다). 箕踞 혹은 箕坐라고 하는 자세는 사실 상대방을 모독하는 의미가 있다. 중국 정사, 특히 한대까지를 다룬 사료들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표현이다 (의복사는 잘 모르지만 수당대부터 문화 전반에 胡風이 자리잡기 전까지 기본적으로 남자고 여자고 치마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하면 앉아서 가랑이를 상대쪽으로 향해 벌리고 있다는 것은...). 예의를 갖추지 않고 상대를 대하는 자세, 나아가 상대를 동등한 '사람'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드러내는 자세이다. 거꾸로 '나는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다. 불만있냐?'는 의도에서 취하기도 한다. 배째라, 나는 예의 따위 모른다는 사람들이 저렇게 않기도 했던 모양이다. 거지, 깡패 등등. 그러니까 형가가 저렇게 앉았다고 하는 것은 그가 부상을 입고 죽음을 예감한 상태에서 몸으로 진시황에게 의도적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거나, 아니면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형가의 의도는 그랬던 것이라고 전하려는 戰國策의 의도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전국책의 주석 중에는 형가가 진시황에게 다리 한 쪽 잘려서 자빠진 탓에 기둥에 기대고 앉았을 텐데 무슨 수로 箕踞를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논어 어딘가에도 공자가 자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단정치 못하게 앉아 있는 걸 보고는 지팡이로 그 정강이를 지팡이로 후려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뭐, 어려서나 자라서나 돼 먹지 못한 짓만 하더니 아직도 안 죽고 살아 있냐고 악담을 하면서 말이다. 이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도 매한가지였던 것 같다. 보통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이야기.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자세는 逐鬼의 힘이 있다고 믿어지기도 해서, 고대의서에서 주술적 치료를 이야기할 때도 자주 등장한다. 마왕퇴백서나 오십이병방에 여러가지 동작(箕坐 포함)의 체조 같은 것들이 나오고 이걸 導引 체조의 원형이라고 하여 요즘도 따라 하고 있지만, 원래 이들은 단순히 몸 안의 氣를 잘 순환시켜 건강해지자는 취지보다는 귀신이 몸에 침입해 병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려는 주술적 사고의 발로라는 것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氣 라고 하는 것 자체가 주술적이라고 하면 더 이상 할 말도 없지만. 쓰다 보니 길어져서 나머지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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